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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은준관의「신학적 교회론」을 읽고

조영광 2012. 1. 31. 13:57

교회론의 변천사

은준관의「신학적 교회론」을 읽고

“학생혁명에서 발화되어 전세계의 문화혁명으로 퍼져 나간 1960년대의 시대적 에토스는 한마디로 모든 것에 대한 부정과 저항이었다. ······ 그 하나는 ‘하나님의 죽음’이요, 둘째는 ‘학교의 죽음’이요, 세 번째는 ‘교회의 죽음’이었다. ··· 30년이 지난 오늘,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계셔서 전우주의 여행을 경륜하고 계시며, 학교는 역사 안에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히려 영원히 존속하리라 믿었던 교회가 서서히 그 힘과 영광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話頭로 시작된 은준관의「신학적 교회론」에서는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교회론으로서 “역사-종말론적 공동체”를 제시한다. 그가 말한 “역사-종말론적 공동체”는 칼 바르트, 위르겐 몰트만, 한스큉, 게하르 로핑크, 아돌프 쉬테스, 리차드 맥브리엔, 피터 호지슨 같은 사람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신학이다.

저자가 이런 대안책을 내 놓은 배경은 ‘현대교회의 위기상황’ 이라는 정황속이다. 그는 미국교회를 실례로 들고 있는데, 미국교회의 근본적인 쇠퇴이유로 교회 자체의 효율성 상실을 들고 있다. 교회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 효율성과 의미를 상실한 나머지 “지루하고”, “무관심”해졌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교회의 쇠퇴 이유는 동일하게 한국교회에도 적용된다.

저자는 한국교회가 1985년을 기점으로 침체현상의 징후들을 안고 있다고 말하면서, 먼저 한국교회의 성장을 가능케 했던 요인들을 서술한다. 그 일차적 요인으로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든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일합병으로 이어졌던 정치적 위기와 충격이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종교로 부각한 기독교 안에서 삶의 해결을 찾게 했다는 것이다. 종교사회학적으로 한국교회의 성장요인은 당시 전통문화(유교문화)의 해체 과정과 그 속에 서서히 파고든 기독교의 전투성에 있으며, 사회 심리학적으로는 기독교가 소외계층의 자유와 평등사상을 설파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 성장은 특히 70년대의 작품에 기인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도 정치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60-70년대의 정치적 상황은 강렬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유신체제로 통제되고 있었으며, 이때의 불안과 공포의식은 교회에서 새로운 안식과 보호를 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닥친 분배정의의 실패는 많은 저소득 계층 사람들 속에 소위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소외의식이 깊숙이 자리잡게 했는데, 여기서 교회는 그들의 보상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전통적 사회가 무너지면서 교회는 고독한 군중이 자기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되찾는 대행공동체로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성장요인은 70년대에 들어오면서 “교회성장학”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교단마다 정책을 교회 성장에 맞추었다는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자자는 말한다.

그러면, 저자가 말한 한국교회의 위기적 징후는 무엇인가? 교회 성장론이 개인주의 신앙을 강조한 나머지 기복신앙의 만연을 가져왔고, 교회의 대형화 추세가 농촌과 공단지역 교회의 소외를 심화시킨 교회의 계층화를 자극시켰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교회가 점차 보수화되고, 개인 구원에 강조점을 두면서 점차 ‘탈사회적’ 집단으로 변모해 갔으며, 이는 결국 교회가 성장 그 자체에 목적을 둔 나머지 ‘목적 전치’ 내지는 목적을 상실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가 ‘교직주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으며, ‘개교회주의’, ‘교권 확장 의식’, ‘역사 도피주의’, 그리고 ‘교회 분열’, ‘신학교 난립’ 등이 한국교회의 위기적 징후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상의 한국교회의 위기적 징후들을 극복하는 대안책은 교회 공동체의 회복의 문제이며, 특히 교회의 초월적 존재론의 재발견과 함께 교회가 현존하는 터전으로서의 역사문제에 대한 신학적 정립을 모색하는 데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이것을 주장하기 위해 먼저 성서적 교회론과 역사속에 나타난 교회론을 정리한다.

성서적 교회론에서는 구약의 “회막”, “성막”, “성전”, “회당” 개념으로 이어졌던 공동체 개념이 신약의 “교회” 개념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지적한다. 예수에 의해서 선포되고 사도들과 바울에 의해서 이룩된 초대교회는 예수의 재림이 지연됨에 따라 교회와 교회 생활을 수정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교회의 제도화는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고 하면서 역사속에서 발전해온 교회론의 모습들을 서술한다. 역사속에서 발전해온 교회론의 모습을 저자는 조지 뉴랜즈(George M. Newlands)의 시대구분법과 구조를 따라 서술하고 있다. 뉴랜드에 따르면 교회에 대한 역사의 텍스트는 크게 5단계를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본다. 그 처음 단계를 “교부들의 증언”이라고 불렀다. 둘째 단계를 “어거스틴에서 아퀴나스”로 보며, 이는 중세의 교회관이다. 세 번째 단계는 “종교개혁” 시대이며, 여기에는 루터, 칼빈, 쯔빙글리 그리고 경건주의 사상까지 포함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네 번째 단계는 “계몽시대”이며 칼 바르트까지 속한다고 보았다. 다섯 번째 단계는 20세기 교회로 구분하면서 여기에는 반 개혁 운동의 상징인 트랜트 공의회로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까지를 포괄하는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W. C. C. 의 교회론까지를 포함시키고 있다.

역사의 변천과정을 훑어본 후, 저자는 조직신학의 틀거리에서 다양한 교회론을 제시한다. 그는 교회론을 4가지로 구분하였는데, 이것은 에버리 덜레스의 교회의 모델 5가지의 변형에 불과하다. 은준관 박사는 덜레스의 첫 번째, 두 번째 모델 즉 “제도적 교회로서의 모델”과 “성례전으로서의 교회 모델”을 합쳐서 “유기적 교회론”이라고 명명했다. 이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로마 가톨릭, 희랍 정교회와 성공회의 교회론이다. 저자가 제시한 두 번째 교회론은 “코이노니아 교회론”이다. 이것은 덜레스가 제시한 “신비적 교제로서의 교회 모델”과 동일한 성격을 지닌다. 셋째, “말씀 사건으로서의 교회”는 칼 바르트에게서 그 유형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며, 네 번째, “섬김으로서의 교회”는 세속신학의 영향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상 저자가 말한 4가지의 교회론은 덜레스의 교회모델과 동일한 구조와 특성을 지닌 것에 불과하다.

저자는 4가지 교회론의 특징과 약점을 열거한후, 오늘날 기존 교회론에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새로운 역사적 현실의 도래와 역사적 현실이 가져오는 일종의 패러다임의 도전이라고 말하면서 ‘역사’의 문제와 교회론의 문제를 접목시킨다. 그는 가톨릭 신학자 맥브리엔의 말을 빌려, 오늘의 교회가 문제가 되는 것은 “메시지”를 강조하는 케리그마적 신학의 “결핍” 때문도 아니고, “상황”을 강조하는 상황주의 신학의 결여도 아니라 급작스럽고도 과격한 삶의 범주로 등장한 “역사”(History)의 도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역사와의 씨름이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에 관한 질문으로 연계되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역사”가 신학의 새로운 범주라면 그 역사의 궁극적인 의미는 하나님의 통치와 그의 나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역사”와 “하나님 나라” 사이의 ‘상관관계’는 신학과 신학적 교회론의 중심적 과제로 부각된다. 교회는 기능이나 구조에서 그 정체성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역사”의 상관관계 안에서 찾아야 하는 새로운 관계와 구조속에 놓이게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하나님 나라에 관한 20세기 신학적 주장들을 정리한다. 요한네스 바이스에 제시되고 슈바이처, 마틴 베르너에 의해 발전된 “미래적 종말론”, 다드에 의해 제창되며 “미래적 종말론”에 직접적으로 반대되는 또 다른 극단적 사상인 “실현된 종말론”, 불트만에 의해 대변되는 “실존주의 종말론”, 쿨만, 예레미야스, 쉬나켄부르크, 큄멜, 폰 라트에 의해서 주창되는 “구속사적 종말론”의 내용을 열거하면서, “구속사적 종말론”이 하나님 나라 사랑을 풀어나가는데 가장 균형있는 해석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구속사적 접근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시상(tense) 그 어느 하나의 선입견 없이 셋 모두를 수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속사적 종말론이 보는 교회론은 “역사” 문제와 “선교” 문제에 취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이것의 대안책으로 “희망의 신학”으로 대변되는 위르겐 몰트만의 “역사-종말론” 신학을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는 교회와 “역사-종말론”에서 바라보는 하나님 나라 사이를 연결시킨다. 그 방법으로 “하나님 나라-역사-교회”라는 구조를 제시한다. 이 “하나님 나라-역사-교회” 구조에 의해서 저자는 한국교회를 교회 중심으로부터 역사 변혁적 공동체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교회가 역사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정치적 결단과 수행과정 속에 임재하며, 하나님의 통치는 경제와 기업에서 정의와 윤리 실천 과정 속에서 임재하며, 하나님의 화해하시는 역사가 사회 구석구석에서 실현될 수 있는 역사 변화를 과감히 설교에서, 교육에서, 평신도 훈련에서 심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신앙을 통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 공동체가 아닌,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증언자로 결단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이책에서 주장하고 있다.

출처 : 시골농부의 집
글쓴이 : 시골농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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